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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하는 리뷰

<언어의 정원> 미숙한 두 사람이 만나

부엉 군 2021. 1. 10. 17:25

스포 주의!?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우리 커플의 두 번째 영화- 

 

각자 감상을 적으려다 대화를 그대로 옮기자고 올뺌 양이 제안했다. 

 

'오, 좋은데?'

 

그렇다면 곧바로 실행!

 

 

 

 

 

부엉군과 올뺌양은 나란히 앉아 화면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난 평점 3.5점 정도라고 생각했어 부엉 군."

 

"난 4점 이상. 5점 만점에."

 

"뭐가 그렇게 좋았어?"

 

"음.. 일단 분위기."

 

"분위기?"

 

 

 

 

"빗물이 떨어지며 크고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거나 상황에 맞는 음악도 좋았어. 주요 인물이 두 사람이라는 것도

뭔가 집중을 잘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고. 그럼 넌 뭣 때문에 3.5점을 준 거지? 혹시 4점 만점은 아니지?" 

 

"설마! 일단 분위기가 좋았던 건 나도 인정. 유키노(여주)의 감정에는 쉽게 공감했지만, 남고생 다카오(남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어. 특히 마지막에는 어른스러웠던 다카오가 갑자기 어린애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어. 물론 다카오가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해서 정말로 어른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한 마디로 다카오가 가슴에 맺힌 감정을 폭발시킬 때 몰입도가 떨어져서 감정이 깨져 버렸어."

 

 

 

 

"아하. 음. 그건 네가 남고생의 감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네. 내용이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키노의 고민을 다카오가 제대로 꾸짖었다는 생각을 했어. 열 살이나 어린데도. 이건 다카오가 유키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녀의 고민을 더 섬세하게 캐치했을지도 모른다고 봐. 유키노는 자신을 스스로 객관화 시키기 어려운 데 반해 다카오는 유키노를 좋아하니까 저절로 그게 되었던 거지. 남주는 더 순수한 눈으로 여주의 문제를 바라보고 그녀가 괴로운 지점을 짚어냈던 거라고 생각했어."

 

"오. 나랑 완전 반대. 나는 다카오를 그렇게 대단하게 보지 않았어. 가정환경 때문에 지금껏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살아왔다고 봤어. 유키노와 마찬가지로 다카오도 사실 불안정한 존재인 거지. 고백 실패라는 계기가 다카오의 가면을 벗겼는데 그 바람에 캐릭터성이 와장창! 갑자기 칭얼거리는 어린애가 되어 버렸어. 칭얼거림이라고 느낀 이유는 고백 거절 후 대사에서 '당신을 안 좋아한다고, 처음부터 기분 나빴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잖아. 여느 아이들처럼. 꼭 가면을 벗기는 방법이 그런 방법이었어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

 

 

 

 

"그랬구나. 난 다카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갔어. 유키노는 어른이라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자세 같은 게 이미 몸에 밴 사람인데 비교적 순수한 남고생이 보기에 그 지점이 답답했을 것 같아. 유키노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카오는 이미 알았던 것 같아. 하지만 그 마음을 펼쳐 보이지 못하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나는 영화에서조차 그런 현실의 벽에 부딪혀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어. 데미무어는 16세 연하 애슈턴 쿠처랑 결혼했는데 말이지.

다카오는 부모의 부재로 이미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 많이 가진,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너무 빨리 깨달은 안타까운 존재였어. 좀 칭얼거려도 되는 거 아냐?"

 

"나는 다카오보다는 유키노의 두려운 마음이 더 이해갔고 부엉 군은 다카오의 마음에 더 공감하면서 봤네. 재밌다. 유키노가 미숙한 어른이 되어 괴로워하는 게 난 슬펐고 공감 갔거든. 그리고 더이상 직장이 안전한 장소가 아니게 되었으니. 마음 아프더라. 아무튼 이 이야기는 끝도 없겠다!"

 

 

 

 

"직장은 원래 안전한 장소가 아니지만 그렇다는 건 확실히 슬픈 일이네. 나는 두 사람 다 비슷한 수준으로 공감했던 것 같아. 단지 두 사람이 함께했다면 상처가 덜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져 버렸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거지. 사람은 혼자보다는 둘이 되어 생각할 때 더 나은 생각을 하는 것 같거든. 유키노는 누군가와 둘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인 듯한데, 처음부터 준비된 사람은 없다고 봐. 물론 상대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건 좀 부담스럽긴 해. 얘가 유키노의 상처를 보듬어 줄 만한 사람일까 싶기도 하고."

 

"음, 나는 두 사람이 성장을 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꼭 같이 있어야 한다고 보진 않았어. 일단 다카오는 모르겠지만, 유키노는 두려움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것 같더라. 열린 결말도 좋았고. 그런데 마지막에 구두를 놓는 다카오의 모습에서 '저거 누가 훔쳐가면 어떡해!!' 하면서 딴 생각 들긴 했어.ㅋㅋㅋ"

 

"그렇지. 꼭 함께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난 두 사람이 함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기도 했어. 하긴 그건 좀 뻔한 결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열린 결말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상상의 여지를 줘서 좋거든. 우선 내 상상으론 두 사람은 앞으로 각자의 생활을 하며, 대부분 서로를 잊은 채, 가끔은 서로를 떠올리면서 힘내며 잘 살아갈 거 같아. 그때의 기억이 앞으로의 힘이 되는 거지."

 

"오오 공감. 그런데 나도 열린 결말 좋아하거든!

46분- 러닝타임이 짧은데도 제법 괜찮았어."

 

"나도 시간의 압박이 없으니 부담 없어서 좋더라. 그리고 일본 특유의 감성이라 해야 하나. 잔잔한 그 분위기 있잖아. 장마라는 배경 덕분에 그걸 더 잘 담아낸 거 같아. 아무튼 잘 만들었더라. 왜 사람들이 극찬했는지 알 것 같은. 물론 평점은 3.5점."

 

"시간대 별 구성도 깔끔했고, 확실히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었어. 오, 우리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네. 앞으로 또 이런 기회를 가졌음 좋겠어. 즐거웠어 올뺌 양."

 

"나야 언제든 좋지. 다음에 또 함께 하자고."

 

"응. 안녕."

 

"빠이!"

 

힐끔. 부엉 군이 돌아본다.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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