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생존전략

아포칼립스 <트랜센던스> 인공지능? 놉! 불멸의 사랑? 예쓰! 본문

둘이서 하는 리뷰

아포칼립스 <트랜센던스> 인공지능? 놉! 불멸의 사랑? 예쓰!

부엉 군 2021. 1. 17. 12:04

즐거운 리뷰 시간. 1. 닥터 두리틀 2. 언어의 정원, 에 이은 세 번째 영화.

 

스포일러 주의!

 

"안녕 올뺌 양."

 

"응 그래."

 

"그렇군.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영화 어땠어?"

 

"복잡미묘해. 전체적으론 쏘쏘인데 윌 캐스터(조니 뎁=남주)가 생각보다 되게 깊숙하게 가슴에 들어왔거든."

 

"오호라. 어떤 면에서?"

 

"에블린(여주)을 향한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어. 그래서 마지막에 눈물이 났는데 솔직히 윌에 대한 것 외엔 모든 부분이 답답하고 별로인 영화였어."

 

"그랬구나. 결국 윌이었어. 사랑!"

 

 

 

 

"부엉 군은 어땠는데? 괜찮았어? 보고 싶어했잖아."

 

"음. 괜찮았어. 영화 자체도 그랬지만 뭔가 '매트릭스'스러운 설정과 요즘 관심을 갖는 소재와도 관련이 있었어. 게다가 주인공이 무척 매력적이었으니까- 성별을 떠나 주인공이 나와 공유할 만한 심상을 가졌을 때 감정이입이 잘 되곤 해."

 

"공유할 만한 심상? 어떤 부분에서?"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되겠군(미간 짜부러짐). 일단 사랑. 사랑은 한 사람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가령 가치관 전체가 하나의 육체라고 가정하면 심장이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고. 아직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인간상이 아니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고 싶어. 영화 주인공 중에는 이미 그런 완결된 모습을 가진 인물이 종종 있는데 윌도 그들 중 하나였어."

 

"아, 맞아. 그래서 난 윌이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을 넘어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물론 인간이 아니게 된 설정이긴 하지만. ㅋㅋㅋ"

 

"실제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이 현실성이 떨어지지. 대부분 인간이 아니야. 남자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가지게 만들거든."

 

"어떤 부분에서 부담을?"

 

"더 나은 남자, 나아가 더 나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

 

"그거는 뭐, 여자도 동일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볼 땐 많은 영화에서 남자는 좀 더 나은 존재로 그리는 반면, 여자는 보조를 하거나 정신적으로 미숙한 존재로 표현하는 것 같아. 비주얼적으론 매력적이지만,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방해되는 요소로 느껴질 만큼 답답한 경우가 많아. 이번 영화도 결국은 마찬가지. 나오는 주요 여자가 두 명인데 둘 다 너무 답답하고 별로였어. 상대적으로 남자캐릭터가 좀 더 입체성을 띄고 더 성숙하게 표현되는 느낌? 여자 캐릭터는 성격과 목표설정이 단순했다고 느꼈어. 그걸 생각해 보니 남자의 시점에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도 있겠네."

 

"입체성 측면에선 오히려 덜떨어진 게 더 입체성이 있지 않아? 완벽한 건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 난."

 

"아, 내 말은 여자 캐릭터의 행동에 사람들이 덜 공감하게끔 만들어져서 입체성이 없는 것 같다고 한 거야."

 

"아하. 그렇지."

 

 

 

 

"아까 말했던 현실성 문제로 돌아가서, 나는 주요 인물을 둘러싼 그 외의 것들엔 감독이 많이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서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도 했어. 대부분 등장인물을 그저 폭력적이고 귀를 닫는 캐릭터로 표현해서 이 부분도 입체성이 되게 떨어지는 느낌? 엑스트라들은 두려워하거나 혹은 맹신하는 모습만 보여줘서 주인공 대 그 외의 사람들 이런 구도만 보여준 게 아쉽기도 했고.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무래도 영화니까 중심 인물들을 더 부각했겠지. 네 말대로 몰입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다. 난 그거랑은 다르지만 도리어 중요한 부분을 스킵한 느낌을 좀 받았어. 이를테면 디테일."

 

"맞아맞아. 초반부가 빨리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지. 아쉬운 부분이야, 확실히. 2시간 내로 담기엔 너무 방대한 내용이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서 사랑을 담아낸 관점에서만 영화를 바라본다면,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 윌 정말 맴찢. 물론 그는 행복했겠지만."

 

"빨리 지나갔다는 건 그만큼 괜찮았다는 뜻인가?"

 

"아니, 진행이 슉슉-! 영화에 몰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불친절했다, 라는 느낌?"

 

"음. 그랬군. 확실히 같은 생각이었어. 하이라이트에서 폭발력을 가지려면 빌드업을 잘 해야지. ㅋㅋㅋ"

 

"맞아. 그래서 중반부는 늘어지는 경향도 있었어. 말하자면, 이야기 진행 속도가 너무 통일되지 못 하니까 발생한 지루함 같아."

 

"아항. 확실히 완급조절이 부족했던 것 같네. 차근차근 설명해야 할 부분은 스킵하고, 짧게 쳐내면서 고조시켜야 할 부분은 늘어진 느낌. 그런데 우리 대화가 좀 겉돈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이야기보다는 윌이 인공지능이 되고, 그러니까 신적인 존재로 거듭난 이후의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을까?"

 

"그래, 그래. 그런데 나는 윌이 신이 아니라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된 인간으로 보였어. 애초에 영화 초반부에 주관을 가지게 된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하긴 하는데 자기 주관대로 행동하면 그게 신인가 싶어. 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상실현일 뿐이잖아. 아, 그 이상 자체가 에블린의 이상이긴 했지만. 아무튼 신 치고는 너무 인간적인 신이었어."

 

"그렇긴 해. 하지만 내 생각엔 그게 팩트야. 보통 디스토피아 영화들은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그리곤 하는데, 윌의 경우 원래는 인간이었다가 그 모든 능력을 후천적으로 갖게 된 거잖아? 인간이었을 때의 인격을 고스란히 가진 채 초월적 존재가 된 건데 중간에 에블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건 의문이었어. 윌도 갑자기 자기가 인공지능이 되어 당황했겠지만."

 

"맞아. 인간적이면서도 인간적이지 못 한 모습을 보여줬지. 그것도 조금 아쉬운 점. 그리고 에블린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있었지. 그걸 보면서 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초월적 존재도 사랑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면서 조금 귀엽게 봤어."

 

 

 

 

"내 말이. 왜! 왜! 그전처럼 자연스럽지가 않냐고! 헉...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맞네. 갑자기 몸이 사라지고 정신능력이 급상승했으니 당황했나? 의지할 만한 존재가 에블린뿐이라서. 슬프다. 남주의 감정은 늘 셀프야."

 

"당황한 것 치곤 처음에 너무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였었지. 윌의 행동을 돌이켜볼까? 처음에 컴퓨터로 들어가자마자 세상이 넓어진 느낌이라고 했던가? 그런 뉘앙스로 말 했던 것 같아. 그 다음엔 갑자기 진행이 빨라져서 반인공지능파들이 들이닥칠 걸 미리 알고 에블린을 도피시켰지. 그래서 난 그때 '헉! 진짜 기계가 된 건가?' 했어.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고 생각해. 윌의 행동이 에블린을 향한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다가도 에블린, 즉 보통의 사람이라면 두려워할 법한 감정 없는 행동을 하고 말야."

 

"음. 윌은 인공지능이 되는 순간부터 시간 개념을 달리 했을 거라고 생각해. 자기의 시간 개념을 재정의하고 에블린한테는 원래의 시간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 거지. 그 부분에서 좀 미숙했던 거라고 이해하면 좋겠네."

 

"그렇네. 윌은 이제 시간에 속박 받지 않은 존재니까. 그 부분을 생각하면 소름 돋아. 공간의 제약도 시간의 제약도 그 무엇도 속박하는 게 없잖아. 의식이 네트워크를 타고 흘러가는데 그걸 자기 의식이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것보다 윌은 외로웠을까?"

 

"정보의 바다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니. 나도 궁금하네.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려나. 아님 신체가 없으니 감각도 없으려나."

 

"기억하겠지. 인간이었던 경험을. 에블린과 처음 만난 기억을 그렇게 로맨틱하게 표현했는데."

 

"그 로맨틱이 날 울렸어."

 

"나도."

 

"그런데 부엉 군은 그런 세상이 올 것 같아? 현재 인간은 도달하지 못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세상."

 

"당근. 시간 문제지."

 

"그러기 위해선 영화가 그리는 것처럼 인간이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야만 할까?"

 

"그건 좀 먼 미래 같은데."

 

"그래. 집어치워!! ㅋㅋㅋ 인공지능에 대한 발전은 부엉 군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 솔직히 난 잘 몰라."

 

 

 

 

"말이 너무 심하군. 나도 잘 몰라. 먼 미래이긴 하지만 죽음 대신에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올뺌 양은 어쩔래?"

 

"오, 심오해. 육체는 사라지고 정신은 네트워크 속으로-! 재미 없을 것 같기도? 뭘 하든 질릴 거 같아. 너무 다양한 걸 언제든 할 수 있으니 말야. 자극이 부족하게 될 것 같아. 그냥 안 가고 죽을래."

 

"내 생각은 좀 달라. 그냥 상황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시공간의 제약이 없으니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문제도 해결되고... 일단 인류가 더 커다란 지식을 공유하게 됨으로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의 오락, 놀이문화가 열릴 거야. 다중우주 이론이 진실로 밝혀져서 우리 우주가 아닌 곳에 오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을 거라고 봐. 다만 그만큼 새로워진 세상을 통제(?)할 만한 안전 기구가 필요하겠지. 난 지금도 사람마다 몹시 주관적인 세계를 살아간다고 생각해. 어쩌면 이 부분은 아무리 발전해도 그냥 형태가 달라질 뿐일지 모르겠어. 너무 발전하면 우리가 인류라는 형태를 잃으려나?"

 

"아융 너무 어려워. 나는 그런데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과연 우리가 현재 집착하는 모든 것들에 계속 집착의 형태를 보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 지식의 탐구 같은 것도 말야. 더 나아지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날 것 같기도."

 

"집착이라는 단어를 더 잘 이해해서 지금과 같은 실수를 좀 피하게 되지 않을까? 욕망도 완전히 다른 방향이 되겠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이라 잘 상상이 안 가긴 하네."

 

"그래. 머리 아프다. 우리 그만 현실로 돌아가자."

 

"응. 개인적으로 트랜센던스 같은 SF 영화 함께 또 보면 재밌을 거 같아. 보면서 즐거웠어."

 

"응- 나도. 네 번째 영화는? 두구두구두구!"

 

"개봉박두!"

 

 

 

 

Comments